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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부는 아이들

14년 7월 7일


주룩주룩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구름 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쏘옥 내밀었습니다.

“야, 나가자!”
방안에만 갇혀있던 철이와 석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숙제하던 것을 팽개치고 우당탕! 뛰쳐 나갔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마루 끝에 놓여 있던 엄마의 꽃무늬 양산을 덮쳤습니다.

“이얏!”
약삭빠른 석이가 먼저 양산을 휙! 낚아챘습니다.

“넌 우산가지고 와. 혹시 상훈이 만나면 우산으로 가리고 도망 쳐!”
석이는 소리치며 대문 밖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에이, 내가 갖고 놀려고 했는데.”
양산을 놓친 철이는 겨우 검정 우산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우산을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갔지만 석이는 벌써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씨! 혼자 어디로 간 거야.”

철이는 우산을 펴 들고 석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약삭빠르고 꾀 많은 석이 때문에 골탕을 먹기도 하지만 겁쟁이 철이는 석이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쩔쩔매기만 합니다.

철이는 석이보다 5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이랍니다. 그런데 똑똑하기로는 석이가 뭐든지 철이를 앞질렀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자기가 형처럼 굴었습니다. 하지만 철이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나기 때문에 꼼짝없이 형이라고 부른답니다.

“석이야! 석이야!”

우산을 펴 들고 석이를 찾아다니던 철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빗물이 고여 있는 맑은 웅덩이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와, 물이다!”
웅덩이에 한 쪽 발을 풍덩 집어넣으려던 철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웅덩이 속에 멋진 하늘이 들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으응? 땅 속에도 하늘이 있네. 어, 흰 구름도 있다.”
철이는 웅덩이 앞에 앉아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리로 올래?’
흰 구름이 철이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근데 그곳까지 어떻게 가지?’
‘두 눈을 딱 감고 손만 살짝 넣어 봐.’
‘그렇구나.’
철이는 눈을 감고 웅덩이에 살그머니 손을 넣었습니다.
“응? 여기가 어디지?”
철이는 으스스한 곳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피물처럼 생긴 바위들뿐이었습니다.
‘꼭 귀신이 나올 것 같아.’
철이는 몸을 후루루 떨었습니다. 그때 우엉-우어엉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야!’

철이가 벌러덩 넘어졌습니다. 철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철이의 몸이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으~ 내 몸이 작아진다.’
철이의 몸은 금방 강아지만 해졌습니다.

무엇이 철이를 작게 만든 것일까요?
그것은 철이 앞에 나타난 거인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거인들은 바로 상훈이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까짓 친구들이 그렇게 무섭냐고요? 글쎄 철이는 엄청 겁쟁이거든요.
게다가 상훈이와 친구들은 아주 못된 아이들이었어요. 철이를 보기만 하면 띨띨이라며 놀리고, 때리기도 하고, 때로는 학용품 살 돈을 다 뺏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철이는 그 아이들 때문에 길도 맘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거인이 되어 있으니 철이가 놀랄 만도 하지요. 동생 석이가 상훈이를 만나면 우산으로 가리고 도망치라고 말해주었지만 기절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으~ 어떡하지?’

철이의 몸은 이제는 고양이만 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철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야! 이거 무슨 냄새지?”
상훈이와 친구들이 갑자기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맞다. 이거 철이 냄새다!”
친구들은 킁킁거리더니 드디어 철이를 찾아냈습니다.
“엄마야!”
철이는 바위틈으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띨띨이, 너 여기 있었구나.”
“머리만 숨기면 다냐? 이 띨띨아!”
상훈이가 손가락으로 철이의 엉덩이를 꾹 찔렀습니다.
“엄마야! 사람 살려!”
“흐흐흐, 이 겁쟁이!”
상훈이는 철이의 엉덩이를 쭉 잡아당겼습니다.
“엄마야!”
철이는 상훈이의 손에 매달려 버둥거렸습니다.

아차! 몸부림을 치던 철이가 상훈이의 손에서 그만 뚝! 떨어졌습니다.
순간 한 줄기 바람이 휘익 달려오더니 철이를 종잇장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밀고 올라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철이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으휴,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철이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어느새 몸도 제대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넌 정말 심한 겁쟁이구나.”

삽화_나팔부는아이들_2.jpg


언제 나타났는지 흰 구름이 옆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왜 이렇게 무서운 나라로 나를 부른 거야?”
철이는 흰 구름을 원망했습니다.
“엄살 부리지 마. 그런 나라는 없어.”
흰 구름이 말했습니다.
“내가 금방 거기서 살아나온 거 너도 알잖아.”
“아니야. 그런 나라는 없어 그건 네 마음속에 있는 나라일 뿐이야.”
“뭐? 내 마음속에 있는 나라라고?”
철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네가 상훈이와 아이들을 무서워할수록 그 아이들은 네 맘속에서 점점 거인으로 자라게 되는 거야. 반대로 너는 점점 작아지지. 그건 네가 만들어 낸 마음속 나라야.”
“정말?”
“그렇다니까. 모든 건 네 생각에 달렸어.”
“그러면 반대로 내가 거인이 될 수도 있어?”
“물론이지.”
“정말?”
철이는 펄쩍 뛰며 좋아했습니다.

“네게는 하나님이 계시잖아. 거인이 되어 보렴”
“흐응~ 내가 거인이 되면 상훈이와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
“네가 직접 알아보렴.”
흰 구름은 그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아니 또 여기로 왔네?”
철이는 다시 어두컴컴한 나라로 되돌아와 있었습니다.

‘어휴, 무서워. 상훈이와 친구들이 또 나타나면 어쩌지?’

철이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너무 겁이 많고 느려서 제 별명은 띨띨이에요. 그것 때문에 엄마, 아빠가 매일 슬퍼해요. 제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알죠? 상훈이랑 친구들을 보기만 하면 심장이 딱 멎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을 믿겠어요. 왜냐하면 아까 바람을 보내서 절 구해주셨잖아요.”

철이가 기도를 마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두침침하던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고 아주 기분 좋은 화창한 날씨로 변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철이의 몸이 조금 커져 있었습니다.

“으흠! 이제 알았어!”

철이는 자신감이 팍! 생겼습니다. 철이의 발밑에서 조잘조잘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철이의 발밑을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으응? 이게 누구야?”
생쥐만큼 작아진 상훈이와 친구들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철이를 보자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애들아 겁내지 마.”
철이는 도망가려는 아이들을 두 손 안에 몽땅 싸쥐었습니다.

“히히, 정말 신기하다.”
“제발 살려줘!”
상훈이가 버둥거렸습니다.
“근데 너희들은 왜 갑자기 생쥐처럼 작아진 거야?”
“네가 기도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야. 우린 하나님이 무섭단 말이야.”
그 순간 상훈이의 몸은 더 작아졌습니다.
“기도의 힘은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나는 너희들을 괴롭힐 마음은 없어. 하나님은 남을 괴롭히는 거 안 좋아하셔.”

철이가 중얼거리는 사이 그들은 재빨리 철이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고 물웅덩이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웅덩이 물들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더니 철이에게로 쏟아졌습니다.

“앗! 차거!”
차가운 물을 맞은 철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앗! 하늘나라는 간 곳이 없고 상훈이와 친구들이 철이 앞에 있는 웅덩이 물을 튀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하하하! 멍청하게 앉아 있는 꼴이라니.”

‘앗, 또 걸렸다.’
철이는 그만 온몸이 얼어붙어 버렸어요.

상훈이와 친구들 옆에는 흙탕물을 뒤집어쓴 동생 석이가 망가진 우산을 들고 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하하하! 띨띨이 오줌 쌌다.”
“띨띨이! 바보!”
아이들은 흙탕물을 줄줄 흘리며 서 있는 철이를 맘껏 놀려댔습니다.

그 때 석이가 얼른 달려와서 철이 옆에 딱 붙어 섰습니다.
철퍼덩! 상훈이가 또 한 번 웅덩이 물을 세차게 튀겼습니다.
철이와 석이는 흙탕물을 뒤집어썼습니다.

‘무서워하면 안 돼.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야.’
철이는 입으로 들어간 흙탕물은 뱉으며 중얼거렸습니다.

“형, 도망가자.”
석이가 속삭였습니다.
“도망쳐봤자 금방 잡힐 텐데 뭐.”
“그럼 어쩌자는 거야? 얼른 도망치자니까!”
석이가 철이의 옆구리를 잡아당겼습니다.

하지만 철이는 도리어 아이들 앞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어쭈! 겁쟁이가 제법인데 돈 가지고 왔어?”
아이들이 철이의 주머니를 뒤지려고 하였습니다.

“돈은 없어. 대신 거인놀이하자.”
“거인놀이? 어떻게 하는데? 재미없기만 해봐라.”
아이들은 으르렁거렸습니다.
“형, 뭐하는 거야?”
석이가 울상을 지으며 속삭였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우리가 거인이 되는 놀이야.”
“정말?”
석이도 하나님이라는 말을 듣자 어깨를 활짝 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성을 무너뜨릴 때 나팔을 불었다고 했잖아? 우리도 우산으로 나팔을 불어보자.”
“그래. 알았어.”
철이와 석이는 앞장을 섰습니다. 철이가 먼저 하늘을 향해 검정우산을 쳐들고 나팔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빵빠라 – 빠앙! 빵빠라 - 빠앙!
빰빠라 – 빠앙! 빰빠라 – 빠빠빠앙!

석이도 침을 튀기며 망가진 양산 나팔을 힘껏 불었습니다.

빵빠라 – 빠앙! 빵빠라 – 빠앙!
‘하나님! 도와주세요!’

빵빠라 – 빰빠앙 – 빠라빠라 – 빠암!
‘하나님! 도와주세요!’

철이와 석이는 온 힘을 다해 앞장서서 걸었습니다. 꼭 전쟁에 앞장선 여호수아가 된 것 같았습니다.
흰 구름이 동동동 철이와 석이를 따라갔습니다.

“야! 이게 거인놀이냐? 너희들 도망치려고 그러지?”
뒤따라오던 상훈이와 친구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야! 도망칠 생각 말고 빨리 돈이나 내놔!”
상훈이가 철이의 멱살을 확! 잡아채고 친구들은 석이를 빙 둘러쌌습니다.

“너! 감히 우릴 속였어?”
철이의 옆구리에 퍽!하고 주먹이 날아들었습니다.
“윽!”
“좋았어! 우리도 한 판 할까?”
친구들이 와! 하고 철이와 석이에게 몰려들었습니다.

그때였어요.
“야! 너희들 철이하고 석이 아니니?”
한 청년이 활짝 웃으며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상훈이는 재빨리 철이의 멱살을 놓았습니다.

“앗! 막내 삼촌이다!”
철이와 석이는 우산과 양산을 팽개치고 막내 삼촌에게 달려갔습니다.
서울에 사는 막내 삼촌이 이곳에 나타날 줄이야.

“얘들이 네 친구들이냐?”
막내 삼촌은 상훈이와 친구들을 한 번 쓰윽 훑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흙탕물을 뒤집어쓴 조카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골리앗 같은 막내 삼촌으로 보자 찔끔했습니다.
“삼촌! 얘들이.... ”
석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일러주려고 했습니다.
“삼촌, 얘들은 우리 친구들이야.”
철이가 얼른 석이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삽화_나팔부는아이들_!.jpg

막내 삼촌이 잠시 생각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사실은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 이곳에 태권도장을 차렸거든. 너희들은 철이와 석이 친구들이니까 공짜로 가르쳐 줄게. 철이와 석이하고 같이 와. 알았지?”
막내 삼촌은 상훈이와 친구들을 둘러보며 시커먼 눈썹을 쓰윽 치켜 올렸습니다.
“네.”
상훈이와 친구들은 그만 자라목이 되어 버렸습니다.

“으흠. 으흠.”
철이와 석이는 이제 가슴을 활짝 폈습니다. 그 후, 상훈이와 친구들은 태권도장으로 불려갔습니다.

얏! 이얏! 상훈이와 친구들은 땀을 흘리며 태권도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리고 진짜 훌륭하고 용기 있는 사람은 그 힘을 착한 일에 써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상훈이와 친구들은 연습이 끝나고도 집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다음 순서는 바로 하나님과 예수님을 배우는 순서였답니다.
결국 상훈이와 친구들은 태권도장에 갈 때마다 하나님과 예수님을 배우고 아주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철이와 석이에게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철이의 거인 놀이는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빵빠라 – 빠아앙 – 빠라빠라 - 빠앙!

그 후로 철이와 석이는 툭하면 아무거나 들고 다니며 신나게 나팔을 불어댔습니다.
필통 나팔, 병 나팔, 밥주걱 나팔, 긴 자 나팔....
모든 것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나팔이 되었습니다.
철이와 석이가 나팔을 불 때마다 하나님은 그 찬양을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기쁠 때나 하늘을 향해 나팔을 울려보세요.
하나님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의 기도와 찬양 소리를 나팔 소리처럼 크게 들으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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