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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알을 낳고 싶어 하는 암탉

13년 12월 30일

자식들이 직장을 찾아서 모두 도시로 가버리자 시골집에는 할머니 혼자 남게 되었어요.
쓸쓸한 할머니는 어느날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병아리 한 마리를 얻어왔어요.
할머니는 병아리를 자식인양 정성껏 보살폈어요.
병아리는 잘 자라서 어느새 암탉이 되었고, 매일 알을 하나씩 낳기 시작했어요.
"얘야, 오늘은 다른 날보다 알이 더 좋아보이는구나."
할머니는 매일 하얀 알을 낳아주는 암탉을 칭찬해주곤 했어요.
꼬꼬꼬! 꼬-꼬꼬!
암탉도 자기가 낳은 알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였어요.
암탉은 할머니에게 하얀 알도 낳아주고 좋은 말동무도 되어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암탉이 알을 낳지 않았어요.
"얘야, 웬 일이냐? 알을 낳지 않았어."
암탉은 시무룩해 있었어요.
"얘야, 너무 힘들어서 그러니?"
할머니는 암탉을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러자 암탉은 지금까지 낳던 하얀 알이 지겨워졌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초록알을 낳고 싶다는 거예요.
"아이구머니나!"
할머니는 뒤로 벌렁 자빠질뻔 했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초록알 얘기는 들어 본적도 없었어요.
"얘야, 초록알을 낳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말아라. 초록알이 웬말이냐."
할머니가 타일렀지만 암탉은 고집을 부렸어요.
할머니는 고민에 빠져버렸어요.
암탉이 초록알을 낳을 수 있을까요?
절대 못 낳는다고요?
아니 찾아보면 무슨 방법이 있을거라고요?
글쎄요.
할머니는 고민 고민하다가 동네 사람들을 찾아가서 물었어요.
"뭐라고요? 초록알을 낳고 싶다고요?"
"원 세상에. 맹랑한 암탉이네."
동네 사람들은 그러다 말거라며 가만두라고 하였어요.
하지만 암탉이 모이도 먹지 않고 버티자 답답한 할머니는 다시 동네 사람들을 찾아갔어요.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암탉이 알을 낳았을때 초록알이라고 우기면 어때요?"
"우긴다고 초록알이 되남."
"뭐 큰소리 내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있잖아요."
"에이, 암탉도 눈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남?"
할머니는 안된다고 했어요.
"아, 초록커텐을 치면 어때요? 알이 초록으로 보이게 말예요."
젊은 아저씨가 말했어요.
"글쎄……."
"아님 초록안경을 만들어 씌우든지요."
"말이 그렇지 암탉이 어떻게 안경을 쓰고 있겠수?"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어요.
"초록색 알을 만들어 두었다가 슬쩍 바꿔치기 하면 어떨까?"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언제 알을 낳을지도 모르는데 암탉옆에서 마냥 기다릴순 없지요."
할머니는 그것도 안된다고 했어요.
"허참, 무슨 방법이 없을까?"
어른들은 머리를 긁적긁적 헛기침을 하며 야단들이었어요.

그때였어요.
"올챙이 한 마리 ˜ 꼬물꼬물 헤엄치네 ˜"
꼬맹이가 노래를 부르며 팔딱팔딱 뛰어오고 있었어요.
동네방네 다니며 자기를 천재라고 자랑하는 맹랑한 꼬맹이였어요.
꼬맹이는 동네 어른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아, 아니다."
"제가 보기에는 곤란한 일이 생긴 것 같은데요?"
꼬맹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어요.
할머니가 꼬맹이에게 물었어요.
"얘, 천재야. 넌 암탉이 초록알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초록알이요?"
꼬맹이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물었어요.
"그래."
"암탉이 꼭 초록 알을 낳고 싶데요?"
"그렇단다. 지금 우리 암탉이 초록알을 낳고 싶어서 병이 날 지경이야."
할머니는 울상을 지었어요.
"걱정마세요.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꼬맹이는 시원스럽게 대답했어요.
삽화_암탉_2.jpg
 
"무슨  좋은 수가 있단 말이냐?"
모두 꼬맹이를 쳐다보었어요.
"그 암탉을 우리 집으로 데려오세요."
꼬맹이는 틀림없이 암탉이 초록알을 낳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꼬맹이는 다시 노래를 부르며 팔딱팔딱 뛰어갔어요.
"밑져야 본전이지 뭐."

다음날 할머니는 암탉을 안고 꼬맹이네 집을 찾아갔어요.
꼬맹이네 집은 할머니네 집과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초록알을 낳게 할 실험장치 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며칠 있다가 다시 오세요."
암탉을 받은 꼬맹이는 자신있게 말했어요.
"밑져야 본전이지 뭐."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돌아갔어요.
"초록알을 낳고 싶다고 했니?"
꼬맹이가 묻자 암탉은 그렇다고 했어요.

꼬맹이는 풀을 잔뜩 뜯어 왔어요.
"자, 이걸 먹으면 초록알이 나오겠지?"
꼬맹이는 막 뜯어온 야들야들한 초록풀을 암탉에게 먹으라고 했어요.
암탉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초록풀을 먹었어요.
암탉은 매일 초록풀만 먹었어요.
드디어 쑹! 알 하나를 낳았어요.
"야, 초록알이다!"
꼬맹이가 소리치며 알을 꺼냈어요.
끄윽- 암탉은 신음소리를 냈어요.
초록은 커녕 너무나 새하얀 알이었어요.

암탉은 그동안 다른 것은 맛도 못보고 풀만 먹은 것이 억울했어요.
할머니도 하얀 알을 보고는 실망하고 갔어요.
"왜 초록알이 안 나오지?"
꼬맹이는 중얼거렸어요.
"그럼 이번에는 이 초록물감을 먹어볼래?"
암탉은 매일 초록물감을 열심히 먹었어요.
며칠 후 쑹! 알 하나를 또 낳았어요.
"자, 이번엔 진짜 초록알이다!"
꼬맹이가 자신있게 알을 쑥 꺼냈어요.
끄윽- 암탉은 쓰러질 뻔했어요.
여전히 하얀 알이었어요. 암탉은 정말 억울했어요.

구역질 나는 것도 참고 계속 초록물감을 먹었는데.
할머니도 또 실망하고 갔어요.
"왜 초록알이 안 나올까?"
꼬맹이는 또 중얼거렸어요.
"그럼 이번에는 초록옷을 입으면 어때?"
꼬맹이는 암탉의 몸을 온통 초록색으로 칠해버렸어요.
암탉은 눈만 빼고 온통 초록색이었어요.
그리고 초록풀을 먹고 초록물을 마셨어요.
최악이었어요. 하지만 암탉은 꾹 참았어요.
며칠 후 쑹! 또 알 하나를 낳았어요.
"자! 이번엔 진짜 성공이다!"
꼬맹이는 정말 자신있게 알을 꺼냈어요.

"암탉 살려!" 암탉은 그만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안타깝게도 여전히 하얀 알이 나온 것이었어요.
"아이구, 암탉 죽는다!"
암탉은 진짜 병이 나고 말았어요.
초록똥만 찍찍 싸댔어요.
"그렇게도 초록알이 소원이니?"
꼬맹이는 기운없이 누워있는 암탉을 보며 중얼거렸어요.
"아! 알았다."
꼬맹이는 집으로 뛰어들어가더니 하얀 도화지를 가지고 나왔어요.
그리고 뭔가를 쓱쓱쓱 그리더니 색칠도 막 했어요.
"자,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꼬맹이는 다 그린 그림을 암탉에게 쑥 내밀었어요.
거기에는 암탉과 아주 못생긴 초록병아리 세 마리가 있었어요.
꾸욱!?
"저, 저런 괴물병아리가 내 아기란 말이야?"
암탉은 깜짝 놀랐어요.

주물럭거리다만 떡덩이처럼 생긴 꾀재재한 초록병아리들이었어요.
"네가 낳을 알에서 나올 초록병아리야. 네 아기들을 보고 얼른 기운을 차려."
꼬맹이는 그림을 암탉 앞에 잘 세워놓았어요.
암탉은 고개를 획 돌려버렸어요.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어요.
"왜 맘에 안들어?"
꼬맹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갔어요.
 
삽화_암탉_1.jpg
그때였어요.
옆집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꼬맹이네 마당으로 들어왔어요.
엄마 뒤를 따라 노란 아기병아리들이 쫑쫑쫑 달려왔어요.
삐약삐약! 삐약삐약!
노란 주둥이들이 쉴새없이 조잘댔어요.
보송송한 노란 털이 너무너무 귀여운 아기병아리들이었어요.
암탉은 아기병아리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엄마! 여기 이상한 친구가 있어요!"
아기병아리들은 꼬맹이가 세워놓은 그림 앞으로 조르르 달려왔어요.
"응? 이런 괴물이 있나?"
엄마닭은 초록병아리들을 보고 주춤했어요.
삐약삐약!
"이상한 친구들이야."
"어디서 나타났을까?"
아기병아리들은 시끄럽게 떠들었어요.
"얘들아, 어서 가자."
엄마닭은 아기병아리들을 데리고 서둘러 사라져버렸어요.

암탉은 조르르 몰려가는 아기병아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얼마 후 꼬맹이는 생글거리며 다시 나타났어요.
"짜자잔! 이거 봐. 네가 낳은 알이야. 내가 초록 색으로 칠했어."
꼬맹이는 얼룩덜룩한 초록알 세 개를 쑥 내밀었어요.
꼬맹이의 손도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꾸액!
암탉은 초록알을 보자 구역질이 났어요.
"초록알이 네 소원이었잖아. 왜 그래?"
꼬맹이가 암탉에게 물었어요.
암탉은 이제 초록알의 "초"자도 듣기 싫었어요.
"자, 네가 원하는 거잖아?"
암탉은 계속 구역질을 했어요.
"너, 초록알이 싫으니?"
암탉은 그렇다고 했어요.
"그럼 다시 하얀 알을 원하는 거야?"
암탉은 그렇다고 했어요.
"초록알은 이제 포기하는 거야?"
암탉은 그렇다고 했어요.

"어휴! 잘 생각했어. 아까 아빠한테 네 이야기를 했거든.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누구든지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대로 살아야 한대.
하나님이 네게 주신 선물은 하얀 알이래. 아빠가 초록알을 보고 너무 웃어서 좀 창피했어. 글쎄 나보고 먼저 하나님 뜻을 잘 아는 천재가 되래."
꼬맹이의 말에 암탉은 고개를 푹 숙였어요.
"잠깐만 기다려."
꼬맹이는 또 집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이번에는 커다란 책을 가지고 나왔어요.
"자, 봐봐. 앞으로 너는 이런 귀여운 아기들을 갖게 될거야."
꼬맹이는 하얀 알을 깨고 나오는 귀여운 병아리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꼬꼬꼬! 귀여운 아가들!"
암탉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며칠 후 할머니가 찾아왔어요.
"초록알을 낳았니?"
"네...음...그게 말이죠."
꼬맹이가 우물거렸어요.
"못 낳았다는 거야?"
"아니 낳을 수는 있었는데요. 우린 포기했어요."
꼬맹이는 당당하게 말했어요.
"왜?"
"암탉이 하나님 뜻대로 다시 하얀 알을 낳고 싶대요."
"우리 암탉이?"
"네. 그렇다니까요."
"에구, 정말 다행이로구나. 어쨌든 넌 정말 천재로구나."
할머니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얘야, 좋은 알을 얻어다 놓았는데 너도 이제 아기를 얻어야지."
할머니는 냉큼 암탉을 안고 갔어요.
그리고 한 달 후, 할머니네 집에는 노랑병아리 열 다섯 마리가 태어났어요.
예쁜 아기병아리들을 얻게 된 암탉은 이제 더 이상 바랄것이 없었어요.
재잘거리는 아기병아리들과 말동무하느라 할머니는 쓸쓸할 틈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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